키보드, 한글 쿼티가 뭐야?

어디서 이런 단어가 나온걸까?

한글 쿼티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삼성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이다.
갤럭시S의 한글 키보드 설정에 '쿼티'라는 단어를 넣은 것이다.

마침내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한글 쿼티'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의미 전달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표현이다.
그 이유를 얘기해보려 한다.

키보드 결정 요소

키보드를 경정하는 요소는 두 가지가 있다.
키보드 종류(Keyboard Type), 입력 방법(Input Method)

입력 방법 대신에 키보드 배열(Layout)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키보드 종류와 섞어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구분을 위해 입력 방법이라고 표현한다.

윈도우 설치 화면
윈도우 설치 화면

윈도우 설치를 해봤다면 이런 화면 몇 번쯤 봤을 것이다.
윈도우 설치 과정에서 키보드의 종류와 키보드 입력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키보드 종류

키보드 종류는 쉽게 말하면 키보드가 보내는 신호의 종류를 말한다.
초기에는 키보드에 컴퓨터 제조사마다 신호가 달랐고, 윈도우는 범용 호환성이 타겟이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키보드에 대한 호환성을 갖고 있다.

키보드 이미지
fn키 조합으로 101키를 입력할 수 있는 키보드

일반적으로 101키 키보드를 사용한다. 한/영 버튼이나 한자 버튼이 있다면 한글 103/106키를 사용하게 된다.
윈도우의 경우 101키 키보드로 한글을 입력할 경우 오른쪽 Alt를 한/영 버튼으로, 오른쪽 Ctrl을 한자 버튼으로 사용한다.

키보드의 종류에 따라 키보드의 모양이 바뀌고, 컴퓨터에 전송되는 신호가 달라진다. 또한 키보드 종류를 바꾸면 입력에 문제가 생기거나 한/영 전환이 불가능 할 수 있다.
하지만 키보드와 키보드 종류를 알맞게 선택한다면 어떤 언어도 문제 없이 입력할 수 있다.

키보드 입력 방법

키보드에 인쇄된 문자를 말한다.
키캡에 인쇄된 물리적인 차이만 존재할 뿐, 키보드 내부에는 어떤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키보드에 한글이 인쇄되어 있든 영문이 인쇄되어 있든 상관 없이 컴퓨터에 같은 신호를 보낸다.

한글 두벌식 표준의 'ㅂ'이나 영문 QWERTY의 'Q'나 같은 신호가 전송된다.
단지 차이는 컴퓨터에서(또는 운영체제에서) 같은 입력 신호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입력 방법이 영문 쿼티일 경우 한글 입력 방법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한글 입력은 불가능하다.

영문 : QWERTY

가장 큰 특징은 숫자키 아랫줄이 QWERTY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타자기에서 사용하던 배열으로, 입력 속도가 빠르면 타자기가 꼬이는 문제 때문에 최대한 비효율적으로 설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QWERTY
QWERTY

영문(라틴어) : QWERTZ, AZERTY

QWERTZ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사용하는 키보드이다.
AZERTY는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사양한다. 두 입력 방법은 발음 구별 기호를 입력할 수 있다.

숫자키 아래의 첫 줄이 각각 QWERTZ, AZERTY로 시작하는 특징이 있으며, 키보드 종류는 QWERTY와 같다.

한글 : 두벌식 표준

한글 키보드 중에서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 된 두벌식 키보드이며, 그 중에서 표준 키보드 배열이다.

두벌식 표준
두벌식 표준

숫자키 아래의 첫 줄이 ㅂㅈㄷㄱㅅㅛ로 시작하는 특징이 있으며, 키보드 종류는 QWERTY와 같아도 된다.

한글 : 세벌식 3-91(세벌식 391 또는 세벌식 최종)

세벌식은 초성 중성 종성 세 부분으로 구분된 키보드를 말한다.

세벌식 최종
세벌식 최종

위 키보드는 그 중에서도 세벌식 3-91 키보드 배열이다.
세벌식은 대체로 숫자키로도 한글 입력을 하게끔 되어 있다.

기존 두벌식 키보드와 크게 다르지만, 키보드 종류가 컴퓨터와 호환된다면 어떤 키보드라도 세벌식 입력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한글 쿼티

위에서 한글 입력 방법의 종류, 쿼티의 의미를 알아봤다.
또한 키보드의 모양을 의미하는 키보드 종류도 알아봤다.

그렇다면 한글 쿼티라는 단어에 굉장히 큰 모순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1. 한글 입력 방법을 지정하지 않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한글 키보드에는 종류가 많다.
두벌식은 대체로 표준만 사용하지만 세벌식까지 확장하면 5종류가 넘는다.

그렇다면 한글 쿼티는 어떤 입력 방법을 말하는 것일까?
좀 우겨보면 이런 것도 한글 쿼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인 쿼티
천지인 쿼티?

키보드 첫 줄이 QWERTY로 시작하고, 한글 입력이 가능한 키보드이다.
그러면 문제 없는 것 아닌가?

2. 영문 키보드를 QWERTY로 고정한 데에 문제가 있다.

나는 키보드 입력을 많이 하기 때문에 DVORAK도 써봤다.
그러나 한글 입력에는 전혀 지장이 생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영 전환을 누르면 '두벌식 표준' 입력 방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DVORAK을 사용하든 Colemak을 사용하든 한글 입력 상태에서 왼쪽 Shift 키의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여전히 'ㅋ'이 입력된다. 하지만 키보드 첫 줄이 QWERTY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한글 DVORAK 입력 방식이었을까? 아니면 한글 QWERTY 입력 방식이었을까?

0. 원래 '한글 쿼티'의 의도는 키보드 종류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QWERTY와 두벌식 표준의 공통점은 키보드의 모양이다. 그것 뿐이다. 키보드의 종류가 같다는 것이다.
컴퓨터에서는 이 공통점을 말할 때 '101키 키보드'라고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대부분의 키가 없으므로 101키라고 말할 수 없다. 실제로는 40개 내외의 키밖에 없다.
101키라고 말할 수 없으니 한글 QWERTY라는 세상 신박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신토불이 vs 완전 현지화

블리자드에서 오버워치의 사운드를 담당했다는 분이 했던 말이 있다. 오버워치가 서든어택을 제치고, 잠시나마 롤까지 제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완전 현지화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그 근거가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소개한다.

오버워치는 캐릭터의 보이스를 대부분 한국인이 녹음했고, 그래서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버워치를 안 해본 사람이라도 "이 것도 너프해 보시지!", "석양이 진다" 등의 대사는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또한 한국어가 아니어도 한국인이 더빙했다. 류승룡 기모찌로 알려진 "류진노 켄오 쿠라에!"는 한국 블리자드에서 더빙한 음성이다.
외국 게임이지만 최대한 한국인에게 맞게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서든어택은 한국 게임이지만 외국 게임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는걸 지적했다.

단지 해당 담당자의 말일 뿐이다. 나는 그 근거가 인상적이었다고 말 하고 싶었을 뿐이고, 오버워치가 성공하고 서든어택이 망한 이유가 '사운드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신토불이 스마트폰?

한국인이 한국폰을 선호하는건 나쁜게 아니다. 게다가 한국 브랜드가 뒤쳐지는 브랜드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고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한국

삼성

구글에 "한글 쿼티"라고 검색해보자. 그러면 삼성 갤럭시 얘기 뿐이다.

구글 검색 결과
항상 갤럭시라는 단어가 함께 등장한다

타자기 역사는 1829년부터 시작됐고, 한글 타자기는 1913년부터 시작됐다.
전자식 타자기가 나올 때부터 한글과 영문을 동시에 입력할 수 있게 됐다.
두벌식 표준 입력 방식은 1985년 제정됐다.

입력기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고, QWERTY나 두벌식 표준 입력 방식이 바뀌지 않은 것은 35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검색에서는 삼성 스마트폰 얘기 뿐이다. '한글 쿼티'라는 표현은 근래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 키보드 설정
쿼티 키보드라고 표현한다.

LG

LG도 마찬가지로 '쿼티 키패드'라고 표현한다.

LG 키보드
LG 키보드 역시 쿼티 키패드라고 한다

외국

왠만한 외국 기업들은 '두벌식 표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용 구글 입력기
안드로이드용 구글 입력기

구글 입력기에서는 두벌식 표준이라고 표현한다.

애플

애플 iOS의 한글 설정
애플은 표준, 10키로 구분한다.

보통은 '두벌식 표준'이라고 하는데, '표준'이라고 써져 있다.
조금 애매하긴 하다. 그러나 두벌식은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된 것을 의미하고, 그 중에서도 표준 입력방식이 우리가 사용하는 자판인 것을 생각해보면 적절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마치며...

한국 서드파티 키보드들 중에서도 '한글 쿼티' 라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한글 쿼티'를 본건 LG 기본 입력기와 삼성 기본 입력기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두 업체는 어째서 '한글 쿼티'라고 말하기 시작한거고, 왜 여태까지 수정하지 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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